“반도체도 특산품이 될 수 있나요?”

2019년 4월 22일, SK 하이닉스에서 반도체가 ‘우리나라 대표 특산품’임을 재치 있게 풀어낸 기업 광고를 내놓았다. SK 하이닉스는 유머 코드에 ‘첨단기술’이라는 업체의 지향점을 광고 스토리 속에 담아내어 기발하게 전달했으며, 현재 조회 수 약 2600만 회를 기록하는 등 Youtube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광고에서는 경기도 이천에 사는 SK하이닉스 직원과 아들 이야기를 담았다. 초등학생 아들은 평소 아버지가 만드는 첨단 반도체가 세계적인 `이천 특산품`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학교에서 이천 특산품을 묻는 시험 문제에 `반도체`라고 썼다가 오답처리가 된 아들은 퇴근한 아버지에게 항의한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게 되고, 이 모습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반도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 제품이며 이천의 특산품’이라는 메시지가 전 세계로 알려진다.

인간관계 마케팅이 그렇듯, 이 광고 영상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즉, “드라마”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속도감 있는 경쾌한 리듬의 BGM을 첨가하여 유쾌하게 전개했다. 소비자는 광고에서 정보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분위기를 즐기며 자신의 문화로 받아들이기까지 하기에,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를 보고 “반도체 기업을 딱딱한 이미지라고만 생각했는데 광고에서 이런 기법을 구사했다는 것만으로 파격”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 광고 영상의 핵심 CCC ]
CONCEPT ‘이천의 특산품은 반도체’
CREATIVE ‘이천의 특산품은 반도체’라는 광고 메시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한다. 스토리가 지루하거나 진부해지지 않게, ‘속도’와 ‘유쾌함’을 담아 표현력을 극대화했다.
COMMUNICATION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품목인 만큼, 이천과 한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을 유머 코드를 담은 광고 메시지로 전달한다.

변화와 혁신, 반도체 이미지의 틀을 깨다!

언뜻 보면 이 광고에 담긴 메시지는 그렇게 놀라운 내용은 아니다. 한국의 반도체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려져 있으며, 결코 새로운 발견일 수 없다. 그렇다면 SK 하이닉스는 광고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바로 반도체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이다. SK 하이닉스가 이 광고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가’인 것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특산품=반도체”라는 CREATIVE를 내놓았다. 토속적이고 익숙한 명칭인 ‘특산품’을 첨단 기술의 산물인 ‘반도체’와 결합시킴으로써, 익숙한 것을 낯설게 결합하는 CREATIVE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광고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B2B 마케팅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SK 하이닉스는 B2B 반도체 기업으로서, 제품에만 초점을 두어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이는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우수 인력을 시장으로 끌어오려는 시도인데, 반도체 홍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삼아 “젊은 우수 인재 영입”에도 힘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특이한 점은,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는 TV 매체와 비교하였을 때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고객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사람의 심리 한 부분을 강하게 자극하여 의식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게 되는 바이럴 마케팅으로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 속을 파고드는 미디어 환경을 감지한 기업들은 유튜브를 중요한 마케팅 채널로 인식하여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튜브 광고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거라는 전망 속에서 이를 겨냥한 미디어 매체 콘텐츠 전략은,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반도체 기업의 친숙함을 알리는 이 광고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