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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행복하세요?

작성자 : kogigi85

어릴 적 보았던 드라마에서였나. 그 드라마를 보며 왜 그럴까 갸웃거리던 기억이 있다.

내용인즉, 집으로 우편물이 배달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우편물의 주인이 아니란다. 주소는 확실히 맞는데, 아빠이름도 아니고, 자식들의 이름도 아니다. 가족들 모두 누구 앞으로 온 우편물이냐며 서로 묻는데, 방에서 나온 엄마가 자신의 것이라며 슬며시 가져간다.

'왜 엄마의 이름을 아무도 모르지?'

저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어린나이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름없는 여자.

세상에 이름없는 것이 무엇 있을까? 사람에는 당연한 것이고, 잠잘 때 안고 자는 인형에도, 자신이 아끼는 물건에도, 하물며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게도 뭉게구름이니, 양구름이니 이름을 갖다 붙이는데, 아니 이름이 없는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본인의 이름보다 다른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엄마.

아이를 낳는 순간, 엄마들은 태어나서 엄마가 되기 전까지 써왔던 곱고 고왔던 이름을 마음 속에 넣어둔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딴 새로운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새로운 삶-이해득실 전혀없는-을 살아가게 된다.

이제 자신의 이름은 아무에게도 불리워지지 못 할 것을 알면서도 그저 담담히 기꺼이 새로운 이름표를 받아드는 엄마....

어렸었던 딸의 고백.

엄마가 바보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엄마는 답답하게 왜그래?'
'엄마는 이것도 이해못해?'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앙칼지고 매섭게 쏘아붙이는 어린 딸년을 보면서도 엄마는 화를 내고 혼을 내다가도, 결국은 '그래 니가 옳다' 며 그 순간마저도 내 편을 들어주셨다.
앙칼진 딸은 결코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었고, 엄마가 진정 바보같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어린 딸 눈에는 묵묵히 가족만 바라보는 엄마가 화가 났던 거였는데, 고 어린 가슴으로는 엄마를 품어줄 수도, 안아줄 수도 없었다.
할수 있는 거라고는 답답한 마음을 앙칼지게 쏘아 붙이는 것 뿐. 엄마처럼은 절대 살기 싫다는 마음만 품은채.

토닥토닥 우리엄마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달까, 그냥 엄마의 삶을 받아 들였다고 해야 할까. 아무리 엄마한테 우리 신경 좀 쓰지 말아 라고 말을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채우는게 오히려 빠를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그 자체가 삶인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 까지의 의미없는 일과들이 엄마에겐 하나하나 걱정이며, 기특한 것들, 자랑할 일들 투성인 것이 된다. 어떻게 그렇게 여과되고 재창조 되는지 그 프로세스를 자식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게 엄마니까...

더 이상 답답할 것도, 바보같다고 느낄 것도 없는 거라며 생각한다. 딸은 자라면서 엄마와 친구가 된다고 누가 그랬을까? 엄마의 무한사랑의 대상이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엄마에게 앙칼질 수도 없었다. -화가 날 때는 아직도 싸우곤 하지만- 엄마와 등을 대고 있었던 것이 어린시절 딸과 엄마의 관계라면 과년한 딸과 엄마는 이제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랄까. 아들들은 모르는 딸과 엄마의 관계. 이젠 엄마를 안아줄 수도, 내가 토닥여 줄 수 도 있다.

엄마, 행복하세요?

아직 변변찮은 딸이라 엄마에게 해 준 것 하나 없는데, 감히 묻고 싶다. 자식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 엄마들에게 행복하냐고. 십해 전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짓고 이사를 오며 건물에 이름을 지을지에 온 가족이 고민을 했었다. 우리 3남매는 서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어달라며 졸라 댔고, 엄마 아빠는 사뭇 진지하게 고민을 해주셨다. 결국 집에 이름을 짓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가끔 궁금하다. 누구의 이름을 택했을까? 형제가 셋 이기에 엄마가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어릴 때 부터 종종 엄마에게 묻곤했다. 지금도 철부지 딸이라, 툭하면 엄마는 오빠, 언니를 더 좋아한다고 입을 삐죽이곤 한다. 그럴때마다 엄만 니가 자식 낳아 키워보며 알거다 라는 한결 같은 대답뿐이시다.

엄마의 강

나도 누구누구 엄마가 되면 이해할 수 있겠지. 우리엄마를 이해하면서 나도 엄마가 되는 걸테고, 내 딸은 나를 보면서, 어린시절 내가 그랬듯 답답함을 토로 하면 나는 그냥 묵묵히 받아주는 수 밖에. 어느 순간 나를 이해 할 테고, 그 딸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테지. 그렇게 '엄마'라는 것은 가슴으로 이어지는 건가 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의 행복을 위해 또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 되는. 그게 바로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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