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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우유의 국내 하루 판매량은 약 1백만 병. 그 중 80%는 리딩브랜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몫이다. 여타 다른 브랜드들의 판매량은 기껏해야 하루 5만 병 수준. 신제품을 아무리 내놓아도, 광고와 프로모션을 수없이 해도 리딩 브랜드가 지켜 온 지난 30년간의 아성은 그야말로 확고했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 몇 년에 걸쳐 바나나앤콜라겐, 엔유디 등의 신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TV광고까지 해봤지만 판매량은 2~3만 병에 그칠 뿐이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속담이 어울리는 상황에서 매일유업은 심기일전, 다시 한 번 바나나우유 시장에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품들과 다른 그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색소’. 기존의 바나나 우유들이 한결같이 바나나껍질 색깔을 띠고 있는 데 반해 실제로 우리가 먹는 부분은 바나나의 속살, 즉 흰색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제품명도 직접적으로 이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무심코 노란 바나나우유를 집어 들던 소비자들에게 바나나는 하얗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색은 흰색인데 맛은 과연 어떨까, 궁금해 했던 것이다. 기존의 바나나우유 시장이 리딩브랜드와 기타브랜드로 양분되었다면,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제품명은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최소한 ‘색소’라는 기준에서만은 흰 바나나 우유와 노란 바나나우유로 구분되게 했다.


전략적인 제품명,
제품의 차별적 강점 소구

'중역실'편은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광고의 기획의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회사 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제품을 기획한 백부장, 하지만 자신이 한 일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통해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독특한 제품명으로 시선을 끌기는 했지만 여전히 벽을 넘기에는 부족했다.

당시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2위 브랜드의 판매량은 하루 5만 개 수준. 최소한 이 정도의 판매량은 기록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명처럼 눈에 띄는 마케팅으로 상승세를 이끌어 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루에 5만 개 정도 팔릴 것을 가정하여 마케팅 비용이 책정되었기 때문에 TV광고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터넷을 활용한 바이럴마케팅. 콘텐츠만 재밌게 만든다면 굳이 매체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타고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고, 하루에도 수백 개의 동영상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웬만큼 재밌는 콘텐츠가 아니면 수백 개의 동영상 중에 하나가 되어묻혀 버리고 만다. 또한 어느 정도 재미는 있더라도 그것이 광고 콘텐츠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브랜드에 역효과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런 인식 하에 ‘바나나는 하얗다’가 꺼내든 카드는 솔직과 정직. 조금 심하게 말하면 굴욕, 자학이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집행된 ‘중역실’ 편, ‘교무실’ 편, ‘편의점’ 편은 모두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고 주장하는 주인공 백부장이 ‘바나나는 노랗다’고 주장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구박받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중역실’ 편에서는 회사 마케팅본부장에게 잘 팔리지도 않는 흰 바나나우유를 만들었다고 구박받고, ‘교무실’ 편에서는 딸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에게 ‘이상한’ 바나나 우유를 먹는 학생의 ‘이상한’ 아버지 취급을 받으며, ‘편의점’ 편에서는 손이 잘 닿는 곳에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옮겨 놓으려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핀잔을 듣는다.

심지어 ‘중역실’ 편과 ‘편의점’ 편에서는 흰 바나나우유는 이상해서 잘 안 팔린다며, 다른 바나나우유들처럼 노란색으로 만들어야 팔릴거라고 말한다.자사 제품이 잘 안 팔린다고 광고하는 광고다. 광고가 기본적으로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켜 판매량을 높이는 한편,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 때,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광고 3편은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이와 관련해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광고를 담당한 윤미희 CD는 “소비자는 현명하다. 광고의 겉보기가 좋다고 제품까지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보다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가는 것처럼 브랜드도 소비자에게 솔직해질 때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교무실'편은 주부와 함께 바나나우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제작된 광고다. 이 광고에서 백부장은 딸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상한 바나나 우유를 먹는 학생의 이상한 아버지 취급을 받는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광고를 빛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뉴스추적 프로그램의 잠입 취재를 떠올리게 하는 광고의 형식이다.
광고의 질이 제품의 질을 대변하는 듯 때깔 좋은 광고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흔들리는 카메라 속 무명 배우들의 희뿌연 영상은 확실히 눈에 띄었으며, ‘솔직’, ‘정직’이라는 광고 콘셉트와도 맞아 떨어졌다.



솔직, 정직한 광고 콘셉트로
소비자의 호감, 신뢰 얻어


백부장은 이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신세다. '편의점'편은 소비자들이 편의점에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15초 혹은 30초라는 짧은 이야기 속에 백부장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려낸 것도 광고형식의 톡특함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회사 상사 앞에서, 그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앞에서 마저 비굴해 질 수밖에 없는 백부장. 구두는 왜 백구두 안 신었냐는 상사의 짓궂은 질책에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검은 양복에 양말은 흰 양말 신었다고 대답할 만큼 순진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힘든 사회생활 속에서도 “내가 한 일에 후회는 안 한다.”며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백부장의 모습에 많은 소비자들은 안타까움과 동정심 그리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머다. 굴욕적인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너무 부정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유머를 끼워 넣음으로써 시청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광고로 만들었다. 지상파에 방송된 광고는 시간이나 심의의 제약 상 유머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케이블이나 인터넷에 집행된 광고는 곳곳에 웃음을 유도하는 대사들이 심어져 있다. ‘교무실’ 편에서 “아버님이 자꾸 그러시니까 애가 바나나처럼 비뚤어진다.”는 선생님의 말, ‘중역실’ 편에서 “당신이 무슨 갈릴레오 갈릴레오야? 짤릴래오?”라고 백부장을 몰아세우는 마케팅본부장의 말이 그 중 백미다.

인터넷과 케이블 위주로 집행되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광고가 지상파 TV로 진출한 데에는 물론 제품판매가 급증하면서 마케팅 예산이 대폭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공유제품의 주소비자층 즉, 주부들의 인지도를 상승시키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대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브랜드인지도 조사를 했을 때 80% 가까이 나왔던 수치가 조사 대상자를 주부와 대학생으로 확대했을 때는 50%에 그쳤다. 인터넷의 빠른 확산력에도 불구하고 매체성격 상 주부들에게까지 넓게 펴져나가지는 못했던 것이다.

슈퍼나 편의점의 점주들의 인지도가 경쟁 제품 대비 낮은 것도 지상파광고를 집행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대동소이하겠지만 특히, 음료, 제과류의 경우에는 실제 매장에서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출은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리딩브랜드는 제품 판매량이 많고 점주들 사이에 인지도도 높기 때문에 언제나 눈과 손이 가기 쉬운 자리를 넓게 차지할 수 있었지만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그렇지 못했다. 론칭 초기,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인지도 못지않게 판매하는 점주들의 인지도도 중요한 상황에서 가장 광범위한 도달폭을 가지고 있는 지상파 TV의 활용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적절한 제품명과 차별화된 광고로 처음 목표였던 확실한 2위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 하루 판매량이 25~30만 개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이러한 선전에도 리딩브랜드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하다. 지난 30년간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높아진 시장점유율은 기존 리딩브랜드의 몫을 빼앗아 왔다기보다는 그 외 군소 브랜드들의 점유율을 끌어온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확실한 2위 자리를 굳히고, 장차 리딩브랜드를 위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시간을 가지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론칭 캠페인은 1위 브랜드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시장에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 기존의 군소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여러 신규브랜드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성공적인 사례의 하나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광고주 : 매일유업 / 출처 : 방송광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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