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의 길을 묻다
미래 광고의 싹을 앞서 틔우다
출처 : 광고정보


사진 박정훈

종합광고회사의 광고기획자였던 홍원의의 광고 역정(歷程)은 조그만 학습조직을 거치며 인터넷 광고로 방향이 바뀌었다. 쌍방향 광고 시대를 예감하고 공부를 계속해오던 중 PC통신의 활성화를 보고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후회하겠다’ 싶어 코마스 인터렉티브를 창업한 것이다. 그 이후 그가 보낸 최근 15년은 우리나라 인터넷 광고의 15년사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 곳마다 그가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광고2.0 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여기, 누구보다 먼저 온라인 광고 분야에 뛰어들어 국내 최대의 인터넷 광고회사인 코마스 인터렉티브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젊은 청년이 있다. 한국인터넷광고심의기구의 홍원의(1963-) 부회장이 보낸 최근 15년은 우리나라 인터넷 광고의 15년사나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관련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 그는 인터넷 광고 분야의 맹주를 꿈꾸었던 것일까?

>>우리나라 인터넷 광고 영역을 개척한 초창기 전문가 중의 한 분이신데요. 종합 광고회사의 광고 기획자로 일하다가 방향 전환을 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제가 1994년 동방기획에 있을 때는 인터넷 광고라는 말보다 멀티미디어 개념이 강했어요. 그때 누가 보는지도 모르는 광고의 시대는 가고 쌍방향 매체의 시대가 오리라고 확신하고 한신대 오창호 교수님과 몇 사람이 멀티미디어연구회를 만들어 뉴미디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소모임이나 마찬가지인 학습조직을 통해서 제 인생의 길이 많이 달라졌죠. 당시 공부할 교재가 없어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를 복사해서 돌려보며 P&G의 멀티미디어 효과 같은 내용을 공부했어요. 1998년에 나온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는 지하철을 탈 경우와 타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서 스토리가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런 형태의 광고가 가능하리라고 보고 계속 공부하며 확신을 가졌죠. 동방기획에서 TBWA로 옮길 무렵 PC통신이 활성화되며 초기 화면에 세 줄짜리 광고가 나오는 형태가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후회할 수 있겠다 싶어 1999년에 TBWA를 그만두고 코마스 인터렉티브에서 본격적으로 인터넷 광고를 시작했어요.

>>앞에서 학습조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학습조직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나요?
당시 동방기획에서는 20명 이하까지 학습조직을 만들면 한 달에 1인당 2만원씩 지원해주었어요. 어떤 조직은 회식하고 놀았지만 저희는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읽으면서 결국 멀티미디어 쪽으로 매체가 변하기 때문에 회사도 그런 조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죠. 나중에 회사에서 멀티미디어 팀을 만들어주고 구체적인 아웃풋을 발표하게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초보적인 단계인데 그 당시에 시디롬 타이틀을 만들어 시디롬에서 동영상 효과를 주자는 내용을 발표했어요. 어떤 이론적인 틀은 없었지만 단순한 공부로 끝내지 않고 실제로 회사의 업무와 연결시키려고 시도했어요.

>>전통적 매체와 뉴미디어의 가장 큰 차이는 쌍방향적 상호작용성을 어떻게 구현하느냐 하는 문제인 듯 합니다. 뉴 미디어에서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매우 협소한 타깃팅(targeting)을 모색할 수 있잖아요. 보다 효과적인 타깃팅 방법을 설명해주시겠어요?
제일 진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행동적 타깃팅이죠. 간단히 말해서 어떤 사이트에 들어온 소비자들이 이 사이트에 들어오기 전에 자동차에 관한 사이트를 다 들렀다면 이 사람한테는 똑같은 초기화면을 보여주지 않고 자동차에 관련된 정보만 뿌려줘요. 소비자의 구매 가능성이 제일 높은 제품이 어떤 것인지 그런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 광고도 거기에 맞게 제시해서 구매의도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어요. 타깃팅 측면에서 앞으로 뉴 미디어의 특성은 쓰리(three) 스크린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는 텔레비전, 모바일 기기, 유선 인터넷을 각각 따로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세 가지가 하나로 통합되어 통합한 로그파일을 한 번에 분석,

심의기구의 자율성이 중요한 이유는
업계 스스로 시장을 지키지 못하면
시장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음란물이 넘치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어요.


훨씬 정교하게 타깃팅해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광고를 할 수 있어요. 1994년에는 쌍방향성을 지향하는 매체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까 미디어가 쌍방향성을 향해 발전해 가고 있어요.

>>결국 매체가 쌍방향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쓰리스크린이 단기간에 정착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매체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아요. 인터넷도 아직까지는 텔레비전과 신문 다음이지 않습니까? 인터넷이 정착하는데 다른 매체보다 굉장히 시간이 짧게 걸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쓰리스크린이 가능성 있는 매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단기간에 정착된다고 예상할 수는 없어요. 현재는 무선 인터넷, 유선 인터넷, IPTV가 다 따로 움직이잖아요. 개별 매체가 조합을 이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거지 통합된 하나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하나의 통합된 형태 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고 지금보다 효율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명히 예상할 수 있어요.

작은 학습조직 하나가 그의 관심을 인터넷 분야로 돌리게 했다. 동아리나 소모임 같은 조직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광고의 싹이 자라났다는 말인데, 이를 두고 벤처 정신이라고 할 것이다. 두루 알다시피 구글(Google)은 스탠퍼드 대학원생 두 명이 연구실에서 동아리 성격으로 만들었는데 상장 5년 만에 일본 산업화의 상징인 토요타 자동차를 시가 총액에서 앞서버렸다. 그 역시 인터넷 광고비가 언젠가는 기존 전통 매체의 광고비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해마지 않았다. 인터넷 매체가 단기간에 정착되지는 않겠지만 쓰리스크린의 파괴력은 언젠가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광고계가 인터넷 광고의 종류나 유형을 확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경험으로 볼 때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분류 기준이 있는지요? 인터넷 광고의 표준화 문제와 관련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기업의 웹사이트나 브랜드 사이트를 인터넷 광고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크게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 광고로 구분할 수 있고, 디스플레이 광고 속에 배너광고, 떠있는 광고, 전면광고 같은 형태가 포함되겠죠. 어떤 산업의 표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산업발달의 초석을 만든다는 뜻이니까 인터넷 광고도 표준화 문제가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1996년부터 인터넷 아키텍처 위원회(IAB: Internet Architecture Board)를 중심으로 규격표준, 효과측정표준, 기술표준 같은 기준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2000년대부터 여러 가지를 논의했지만 산업 내에서 협의가 잘 안 되었어요.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인터넷 광고의 표준화가 굉장히 시급한 문제입니다.

>>표준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존에 나온 인터넷 광고 전체를 대상으로 유형과 형태를 알아보는 내용분석 연구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배너광고, 리치 미디어 광고, 검색광고가 연대별로 어떤 흐름이 있어요. 2003년에는 10% 정도였던 검색 광고가 2006년에는 50%를 넘어서는데, 우리도 그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분류 문제로 인터넷 광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회사와 협의해봤는데 우리의 학문적 분류 체제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까 실무에서도 따라 쓸 기준이 없고 인위적으로 집계를 하는데 그치고 있어요. 학계에서 발표하는 분류 틀 역시 작위적인 것이 많아요. 외국의 어떤 연구자는 광고의 위치와 목적에 따라 분류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분류 체계를 나누는 틀이 있어야 해요. 제가 인터넷마케팅협회 회장을 할 때 정부와 업계 그리고 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10번 이상의 회의를 거쳐 분류체계를 발표했지만 업계에서 따라오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해요.

>>검색광고에서는 카피라이터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검색광고에서는 검색 유발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무엇이 크리에이티브 수준을 결정하나요?
예를 들면, 당일배송, 할인율, 제품 자체의 이름 등을 명기했을 때 클릭률이 높다거나 하는 연구가 있지만 대부분이 실험이 아닌 실무적 성과에 의한 것이거든요. 말씀하신대로 검색광고에서 제목과 설명(Title & Description)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는 카피라이터의 영역이 맞지만 카피라이터들이 안 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문제죠. 사실 검색광고는 마케팅적으로 분석해볼 내용이 많아요. 우편광고 같은 직접반응 광고가 광고 효과의 초기 이론을 만들었듯이, 검색광고도 직접반응을 알아보기에 좋아요. 광고인들은 검색광고에는 광고의 화려함이 없어서 안 하려고 해요. 제목과 설명을 바꿨을 때 요일별 시간대별 위치별로 마케팅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할 내용이 많은데, 카피라이터는 화려한 카피에만 관심이 있고 물건이 몇 개 팔렸는지는 별로 관심을 안 가져요.

그는 인터넷 광고의 유형을 분류하는 것이 표준화 문제와 연결되어 산업발전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보았다. 광고학계에서는 대체로 소비자행동론의 관점과 미디어 확장의 관점에서 인터넷 광고에 접근한다. 테네시 대학교의 맥밀런(Sally J. McMillan) 교수는 광고가 노출되는 2가지 위치(location)와 4가지의 목적(purpose)에 따라 인터넷 광고를 분류했는데, 그는 대체로 맥밀런의 관점에 동의하는 듯했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 인터넷 광고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이시훈, 최환진, 홍원의. ‘AD2.0: 인터넷 광고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경사. 2008. 196쪽). 4대 매체에서 인터넷 중심으로, 메시지에서 상관성(relevance)으로, 관계 맺기에서 관계 활용으로, 정보 찾기에서 엔터테인먼트로, 판촉 목적의 클릭 중심에서 고객 참여형의 크리에이티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광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규제의 원칙을 지키는 문제도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인터넷 광고의 심의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셨는데, 인터넷 광고 심의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은 무엇일까요?
자율적인 시행이 가장 중요하죠. 심의기구의 자율성이 중요한 이유가 업계 스스로 시장을 지키지 못하면 시장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음란물이 넘치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어요. 관련법을 제정하면 당장 ‘표현의 자유’ 문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시장을 굉장히 위축시킬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려면 업계 스스로 자율적인 규약이나 윤리적 지침을 만들어 스스로 환경을 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자율심의의 토양을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 문제에 업계 관계자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죠.

>>광고심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의 조화잖아요. 표현의 자유를 마구잡이로 허용할 수 없고 인터넷광고 자율심의기구가 사법권도 없는 상태에서 자율 규제의 바람직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러면 타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나요? 몇 십 만개의 사이트가 있는데 법으로 심의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자율적으로 심의해서 자꾸 인식을 확산시키고 개선해 나가야지 몇 십 만 개의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물리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감시하겠어요? 한동안 국회의원들이 인터넷광고 사전심의를 해야 한다고 할 때마다 저는 공청회에 나가서 타율심의와 사전심의가 가능하냐고 따져 물었죠. 2007년 한 해 동안 집행된 인터넷 광고가 중복된 것을 빼고서도 5만7천개나 됩니다. 상위 200개 사이트에서만 일 년에 대강 6만개, 한 달에 5천개의 광고가 집행되는데 어떻게 사전심의를 하겠어요? 오프라인식으로 자꾸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는 자율심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인터넷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말들도 많은데요.
종이 신문에 음란성 광고가 실리면 신문사 사장이 책임을 지나요? 신문사에서는 지면만 빌려주었을 뿐 내용은 광고를 만든 쪽에서 책임지잖아요. 음란물이 뜨면 유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다음에 카페가 몇 만개인데 어떤 사람이 카페에 음란물을 올리는 것을 어떻게 관리자가 다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왜 그 사이트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인터넷이 파급력이 크다고들 하는데 그러면 기존 매체들은 파급력이 없었나요? 저는 지금의 인터넷을 보는 시각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고 봐요. 전통적 매체에는 책임을 묻지 않던 것을 갑자기 인터넷 매체에게는 책임을 지라고 해요. 밤 두세 시 사이에 카페에 올린 음란물을 누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겠으며, 한다고 해도 10분이면 소비자들이 여기저기 퍼 나르는데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겠어요?

>>파급력이 높기 때문에 메시지 구성에 더 신중해야 된다는 사회적 요청이겠지요. 아니면 집단 지성이 되려면 더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대목일 수 있고요.
표준화나 자율심의의 문제는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고 같이 연구해 나가야 합니다. 인터넷 광고의 효과가 입증되면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아닌 기업에서 들어오는 돈을 바탕으로 인터넷 사회가 발전할 수 있거든요. 이는 기업 브랜드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간의 문제로만 돌리기보다 정부에서도 인터넷 사업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으로 보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는 인터넷 광고에서는 타율규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타율적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을 뻔히 알고서도 시도하는 맹목적 집착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광고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며 이것이 향후 인터넷 분야의 산업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아날로그적 사고로 인터넷 광고 문제를 바라보아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와 같이 경험이 묻어나는 그의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청년기의 대부분을 인터넷 광고 분야에서 종횡무진 질주해온 셈인데, 그는 이제야 인터넷 광고 분야가 걸음마를 뗀 형국이라고 말하고 대략 난감해하며 허허롭게 웃었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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