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광고를 통해 본 브랜드와 광고모델의 역할
장동건, 비, 전지현, 보아, 김태희, 신민아, 손담비 …..한국의 잘나가는 연예인들을 다 모아 놓은 듯한 이 리스트는 다름 아닌 디지털카메라 광고에 등장했던 혹은 등장하고 있는 모델들의 이름이다. 이 모델들의 이름만으로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그리고 얼마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만 들어도, 혹은 그 실루엣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이런 유명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것이 항상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갓 결혼한 여자배우를 아파트 모델로 선택했던 건설회사가 그 여배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이혼을 하자 손해배상을 청구한 유명한 사례도 있다. 이뿐 아니라, 특정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훨씬 강한 모델을 기용하는 경우, 나중에도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누가 나온 광고인데 그 기업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는 너무나 허다하다.

이러한 점에서 전세계 카메라 업계를 좌지우지 해 온 영원한 맞수인 캐논과 니콘의 모델 전략은 브랜드와 광고 모델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일단 모델 자체의 설정도 광고 외적으로 대단한 흥미거리이지만 더 흥미로운 사실은 모델들이 광고에서 보여주고 있는 역할들이다. 가령 광고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와 '손담비'가 나오는 카메라 광고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가정해보자. 누구나 비와 여자비가 춤실력을 맘껏 발휘하는 화려하고 멋진 비주얼을 짐작할 것이다. 이러한 격렬한 움직임을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해서 멋지게 담아낸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카메라 광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광고는 어떠한가?
비의 니콘
우선 먼저 '비'라는 스타를 이용해서 포문을 연 니콘의 광고부터 우선 살펴보자.


니콘은 2007년 상반기, 전지현, 보아 등 여성 모델 들이 디카 모델의 대세를 이룬 가운데, 이례적으로 '비'라는 남성 가수를 모델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수를 던진다. 더구나 이러한 '비'를 상대적으로 여성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은 컴팩트 카메라 광고뿐만 아니라 DSRL 광고에서도 그대로 활용한 것은 업계에서도 파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

D80이라는 DSLR 광고를 보자. 빚은 듯한 몸매를 적절히 노출해가면서 춤을 추는 '비'는 온데간데 없고 갠지스강이라는 성스러운 공간에서 겸허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손에 든 '정지훈'이 있을 뿐이다. 이 광고는 지금까지 무대속에서 살아가는 스타로서 화려한 이미지인 '비'를 벗겨내고 '정지훈'이라는 실제 인간의 모습을 니콘 카메라의 리얼리티란 컨셉과 드러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TVCF의 심화평가 분석자료를 한번 살펴보자. 상대적으로 광고주목도, 제품명화성, 모델적합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광고주목도' 와 '모델적합성' 항목은 유명모델의 기용여부에 크게 좌우되는 부분으로 평이한 스토리 진행에도 불구하고 '비'라는 특급 모델을 기용해서 이 항목에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것이다. 40~50대의 연령층에서도 '광고주목도' 부분과 '모델적합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전적으로 바로 모델 '비'의 힘인 것이다.
'여자 비'의 캐논
전통의 라이벌 관계를 지속해온 니콘에서 이렇게 '비'를 이용해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캐논 역시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업계에서도 캐논이 지금까지 김중만, 안성준, 봉준호을 비롯한 비연예인 모델들을 버리고 스타급 모델들을 쓸 것이라는 예측이 있긴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캐논이 정면으로 내세운 모델은 다른 이가 아니라 '여자 비'라 불리던 손담비였다. '비'를 내세운 니콘에 맞서 '여자 비'를 정면으로 내세워 속된 말로 '대놓고' 싸움을 건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비'라는 모델로 선공을 한 니콘에 대해서 캐논은 '손담비'라는 신인급 모델을 이용해서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단 광고자체에서 뿐만 아니라 호들갑스러운 언론홍보효과 또한 동시에 노린 것이다.
이 광고는 '광고주목도'와 '광고독창성'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오히려 모델적합성 부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광고주목도'와 '광고독창성'은 아무래도 손떨림 방지 기능을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손담비'라는 모델을 고용한 것은 이 그래프 결과만으로 봤을 때는 실패로 돌아간 듯 하다. 40~50대 층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듯이 광고모델 손담비는 'UCC'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라는 젊은 세대의 매체를 통해서 이름을 알린 모델이었을 뿐이다. 사실 나 역시 광고를 보기 전 손담비의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았고, UCC에서 보여준 훌륭한 춤솜씨에 대한 기억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본 사람들에게 있어서 여자모델은 '손담비'가 아니라 그저 '얼굴이 이쁜 여자 모델'이었을 뿐인 것이다. 광고만으로 봤을 때는 차라리 손담비의 춤이 활용된 컨셉으로 가져갔으면 훨씬 더 높은 효과를 거두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광고였다.
광고모델로서의 스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분석의 대상이 된 캐논과 니콘의 광고에서 재밌는 사실은 훌륭한 댄서 모델을 광고에 기용했으면서도 그들의 춤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니콘은 '비'라는 모델에 '정지훈'이라는 본명을 사용해서, 니콘이 브랜드 컨셉으로 내세우고 있는 '리얼리티'의 의미는 극대화하면서 기존의 파워풀한 댄스가수가 아닌 인간적인 정지훈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거리를 제공해주었다. 비록 제품 광고이긴 하지만 DSLR 브랜드로서의 니콘의 이미지를 새로이 하려는 시도는 그대로 증명이 된 것이다.

처음 '비'가 니콘의 컴팩트 카메라 광고에 등장했을 때 그 전략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비를 이용해서 비의 팬층인 여성들, 즉 컴팩트 카메라 시장을 공략하자. 사실 DSLR 분야에서도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이는 니콘이 '비'라는 비싼 모델을 어떻게 DSLR 분야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니콘은 기발하게도 "비=컴팩트 카메라", "정지훈=DSLR"이라는 전략을 이용하면서 이를 훌륭하게 극복해 낸 것이다.

니콘의 그것에 비해서 캐논의 전략은 모델 설정은 좀 아쉬워 보인다. 이번에 캐논에서 내세우고 있는 카메라의 핵심기능은 IS 기능과 얼굴인식 기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물론 이번에 제작된 광고 역시 재미있고 시선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IS 와 얼굴인식 기능이 훌륭하게 표현되었지만 별도의 개런티를 제공하면서 손담비라는 특정 가수를 모델로 기용했다면 모델을 충분히 부각시켜야 했음이 분명하다. 캐논은 손담비의 인지도를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광고주 일반 모델이 아닌 손담비에게 들인 비용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글을 마무리 할 때 즈음, 김태희가 등장하는 올림푸스의 새로운 광고도 TVCF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 카메라 브랜드들이 이러한 걸출한 스타들을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광고 속에서 드러낼 지 지켜보는 것도 광고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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