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정공법

같은 메시지라도 어떻게 ‘다르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광고의 성패는 갈린다. 어떻게든 남들과 달라야 눈길이 가는 법이기에. 그래서일까? 요즘 온에어되는 대부분의 광고들은 저마다 나름의 크리에이티브를 뽐내며 현란한 영상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광고대전’ 속에서 조용히,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한 편의 광고가 있다. 그래서 더 눈에 띈다. 분명히 기억에는 확실히 남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톤앤매너는 무척이나 단조롭고 어찌 보면 식상하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누구나 떠올리는 광고 한 편 있지 않나? 그렇다, IBK 기업은행 광고다.

영상의 뒷배경인 은행 출입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모델인 송해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서서 이야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러한 단조로움은 오히려 송해가 말하는 메시지에 더욱 귀 기울이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서 기능한다. “IBK 기업은행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조금의 기교도 없이 단순해 보이는 문장이지만, 기업은행이라는 브랜드명에서 오는 편견 -기업만이 이용할 수 있는 은행 같다는- 을 단번에 허물어버리는 엄청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돌직구’이며 정공법인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 하나인 돌직구는 ‘돌+직구’의 합성어로, 야구계에서 아주 힘이 좋고 돌처럼 강한 직구(패스트볼)를 일컫는 단어다. 그만큼 IBK 기업은행 광고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그래서, IBK 기업은행이란

IBK 기업은행은 우리말로 <중소기업은행>이다. 이름 그대로 중소기업인을 위하여 설립된 특수은행이며 주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은 아니다. 일반인 역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 것. 그러나 애석하게도 ‘기업’은행 이라는 브랜드명은 그 이름만으로도 비기업인인 일반인에 대해 인식의 장벽을 쌓기에 충분해 보인다. 해서 무엇보다 그 장벽을 허무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일 테다. 그러한 광고 전략으로 ‘기름기 쫙 뺀’ 직설화법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결과로 말한다, ‘송해 효과’

과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 리서치 회사에서 수도권 20-59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은행광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광고’ 하면 떠오르는 광고 1위는 바로 IBK 기업은행(66.1%)으로 나타난 것. 메시지 전달율 조사에서도 IBK 기업은행은 89.7%의 높은 수치를 보이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실제 누적된 예금증대 액수도 1천억원(2012. 4. 5 기준)을 돌파했다고 하니, 국민MC ‘송해 효과’는 엄청났던 것이다. IBK 기업은행 광고는, 진정성만 있다면 특별한 기교 없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광고가 아닐까.

광고는 예술이 아니다

광고는 그저 화려한 영상미와 미사여구의 카피를 자랑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광고주의 고민, 즉 브랜드와 제품이 가진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짜 광고’가 된다. 그런 뚜렷한 상업적 목적성이 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광고는 예술과 다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IBK 기업은행 광고는 광고의 본분을 제대로 지켜내고 있다. 때로는 화려한 영상미보다 진중한 메시지 하나가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85세의 국민MC 송해와 우직한 카피 메시지, 일관된 은행 배경은 하나로 어우러져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 시너지의 결과는 진정성이 되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메시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