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오늘도 할 만한 것

느긋하면서도 나른한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빨래 건조대에 가지런히 걸려 있는 빨래집게들이 한가로이 보인다. 물에 젖은 무거운 옷가지들을 필사적으로 버텨야 하는 빨래집게들도 쉬는 날, 여유로워 보이는 오늘은 아마 빨래를 하지 않았거나 혹은 널어 두었던 옷가지들도 모두 걷어내었을 만큼 일찌감치 빨래를 끝낸 날일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옷가지들을 추려내고 느지막이 빨래를 시작한다. 물속에 투입된 세제는 마치 나풀거리는 하얀색의 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수영을 하듯 잔잔히 스민다.

삼성 버블샷 W9000 광고는 빨래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오늘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해 볼 수 있을 만한 것으로 그 무게를 가볍게 그려내고 있다. 빨래라는 행위를 더 이상 ‘집안일’로 보지 않고, 집 안에서 하는 많은 행위들 중 ‘하나’로 보고 있을 뿐이다.

범접할 수 있는 아름다움

세상의 모든 광고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끊임없이 추파를 던진다. 마치 이 제품을 사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광고 속의 모델처럼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비록 소비자는 저 제품을 산다고 하더라도 광고 속의 모델처럼 자신이 변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어떠한 힘에 이끌려 자신도 저러한 사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환상을 가지는 것은 자유라지만, 그 환상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사실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느냐 사지 않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머무르며 가족들을 위해 집안일 하는 것에 힘을 쏟는 주부일 경우에는 집 안에서 그 무엇의 환상을 실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 버블샷 W9000 광고는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실현 가능케 한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책을 읽고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단잠에 빠져든다는 설정은 결코 멀리 있는 환상이 아닌 것이다. 옷가지들이 세탁기 안에서 거친 물살에 이리저리 치이며 혹사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듯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아름다운 동선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빨래라는 행위 자체를 일상의 아름다움으로 전환시켜 놓는다.

유혹하되 속이지 말 것

이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단잠에 빠진 여인이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된다. 이로써 광고가 온에어 되는 순간은 고요함을 맞게 된다. 고요한 와중에도 분주하게 옷가지들이 세탁되는 모습을 통해 삼성 버블샷 W9000은 세상 그 어떤 세탁기보다 조용한 세탁기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또한 오토 디스펜스, 버블과 두 개의 워터샷, 에어 스피드 드라이 등 버블샷 W9000의 주요 기능을 쉽고 간결하게 보여준다. 이는 각 기능이 작동하는 순간을 클로즈업 하여 마치 빵 반죽이 부풀어 오르듯 봉긋 솟아나는 버블과 시원하게 두 줄기로 뻗어 나오는 워터샷이 옷가지에 묻은 때를 털어내는 장면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기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

이 광고의 장점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이 제품을 가짐으로써 얻게 될 삶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는 동시에 제품 그 자체가 지닌 기능을 보여주는 것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세탁기의 주요 구매자인 주부가 단순히 여유롭게 빨래를 하는 광고 속의 여인을 쫓기 위해 버블샷 W9000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세탁기의 기능을 이해하고 구매를 한다는 점에서 현명하고 똑똑한 소비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한다.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속이지 않는 것, 이 광고는 이 점을 노련하게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