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어디서 왔니?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이었다.
'도토루~도토루~도토루 도토루'하는 청아한 음색과 함께 낯설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해 익숙해진 일본의 거리를 배경으로 하얀색 티와 파란 치마를 나풀거리며 화장기 없어도 너무 예쁜 구혜선이 발랄하게 뛰어다니던..

마치 포카리스웨트의 '라랄랄라 랄라~'에서 봄직한 컨셉이었지만 비록 꿈에서라도 한번 같이 커피 한잔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만한 미남 배우가 없어도, 된장냄새 풍기며 해외에서 느껴본 사람만 안다고 떠드는 여대생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상큼하게 다가온 '도토루'와의 첫 만남이었다.

'전 일본에서 1,400여개 매장을 지닐 정도로 인지도 있고 일본 커피 장인이 직접 개발한 로스팅 방법으로 고유의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수줍음과 발랄함이 공존했던 구혜선의 미소와, 그와 너무도 잘어울렸던 일본 거리와 분위기 때문에 '도토루, 넌 무슨 맛일까?'하는 기대와 호기심이 생겼었다.

■ 우리 첨 본건 아닌데, 왜 이렇게 변했니?

그 수줍은 소개가 아직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는데, 평범한 브라운 계열 톤으로 평범한 스튜디오에서 송혜교로 성형수술을 하고 '처음뵙겠습니다.'며 평범하게 소개한다.
과하게 말하자면 '도토루~도토루~'하고 들려오는 소리가 없었더라면 알아보지 못할뻔했다.
친해지고 싶었던 일본에서 온 풋풋하며 맑고 순수하며 발랄한 매력을 지닌 친구는 더이상 없었다. 그 자리에 '송혜교'라는 예쁜 배우가 들어서며, 도토루는 한국으로 귀화한 평범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 송혜교커피? 부드러운 도토루?

평범해진 도토루가 '송혜교커피'로만 불리워지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부드러움에 끌린다]

그래서 시음회에서 맛본 부드러운 도토루에 이끌려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변장하여 가져간다. 그래서 예쁜아가씨, 고급스러운 걸 좋아하는 미시, 점잖은 신사, 새로움에 민감한 학생, 자기색깔 강한 언니들까지.. 도토루의 부드러움에 빠져든다는 얘긴데, 여기서 [도토루]를 [커피]로 바꿔도 아무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너무 평범한 얘기를 자신만의 매력인마냥 얘기하고 있다는 거다.
왜?
이유는 간단했다.
소비자 조사결과, 소비자가 커피 음료 구매시 '부드러운 맛'을 중요시하고, 그 중 54% (140명 중)가 부드러운 맛이 우수한 제품으로 도토루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이미 '부드러운 맛이 우수한 커피는 도토루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했다는 말인데, 소비자 조사 결과에 의존한 (조사결과의 신뢰도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광고 컨셉이 도토루가 처음 지니고 있었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설령 부드러움이 도토루의 매력이었다 하더라도, 심심한 소개로 너무 평범해져버렸다.

■ 조금 덜 뜨거워도 괜찮아

t.o.p처럼 뜨겁지도, 악마의유혹처럼 치명적으로 또는 맥심카페처럼 달콤하게 유혹하지 않아도 괜찮다. 감히 말해보자면, 차가운 겨울 따스하게 몸을 녹여줄 수 있는 '신제품' 핫블렌드가 도토루의 메인제품이었던 것도 아니지않는가.
도토루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신세계 -흔히 커피 광고의 배경으로 나왔던 프랑스, 이탈리아, 뉴욕 등이 아닌 일본은 상당히 당황스럽고 신기했다.-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레임, 수줍게 '도토루~ 도토루~' 하는 맑은 음색으로 마음속에 전해지던 떨림이 좋았다.

[송혜교커피]로 브랜드이미지를 어필할 계획이 아니라면, 도토루만의 언어로 다시 한번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음편으로 돌아와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