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랩을 한다.

이 광고 속에서는 박찬호가 랩을 한다. 이는 매우 신기하고 즐거운 상황이다. 또 그동안의 진지하고 재미있지는 않던 재무 설계 브랜드 광고의 이미지를 깨버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광고를 보고 나서는 이 광고가 어떤 광고였는지 의문이 든다. 박찬호의 랩이 파격적이기 때문에 광고가 무엇을 말하고자하는 지는 관심 밖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박찬호는 친근하고 신뢰가 가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재무 설계 브랜드 광고의 모델로는 적절하다. 하지만 박찬호가 선글라스를 쓰다 눈에 찔리고, 랩을 하는 모습은 신뢰는커녕 가벼운 느낌만 줄 뿐이다. 더 친근하게 느낄 수는 있지만,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무 설계 브랜드 광고의 콘셉트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찬호는 왜 ‘랩’을 했을까

또한 재무 설계의 주 고객층은 중장년층인데, 랩은 중장년층에게는 낯설고 비호감적이다. 그리고 랩은 정신이 사나울 수 있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왜 하필 랩인지가 의문이다. 박찬호가 랩을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노래를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노래를 이용하면 흥얼거릴 수도 있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았을 것이다. 노래를 이용하여 성공한 광고의 예로 우루사 광고를 들 수 있다. 차두리가 부르는 ‘간 때문이야’ 노래가 이용된 우루사 광고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었다. 또 광고가 재미있으면서 건강한 이미지인 차두리를 모델로 썼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박찬호의 이 광고도 차두리의 광고 같은 효과를 누리려고 했을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도 이 광고는 약간의 화제가 되고 있으나, 그것이 재무 설계 브랜드에 장기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할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나올 광고들은 좀 더 신중하고 신뢰가는 콘셉트이길 바란다.

정신없고 연관성 없는 장면들

또 광고 속에서 장면이나 랩의 연관성도 문제가 있다. 처음에 박찬호가 야구장을 지켜보고, 홀로 야구장에 앉은 뒤 갑자기 선글라스를 낀다. 하지만 눈이 찔리고, 그 다음은 갑자기 경기장 한복판에서 의자에 앉아 랩을 한다. 이 장면들 속에서의 연관성이 이해가지 않는다. 왜 굳이 선글라스를 쓰다가 눈이 찔리는 장면을 넣었는지도 의문이고, 갑자기 야구장에서 랩을 하는 것도 의문이다. 그리고 랩의 내용도 알리고자 하는 바가 잘 담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랩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콕콕 찔리는 인생들 Listen!
(야구 관두면 뭐 하고 살까?)
아내의 말에 콕콕!
(어째 공이 예전과 다르다)
감독의 말에 콕콕!
멀쩡했던 허리 비만 오면 콕콕!
대충대충 인생　살게? 콕콕 짚어 인생 설계!
콕콕 짚어라 가족 행복 보인다]

아내의 말과 감독의 말에 콕콕 찔리기 때문에 인생 설계를 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랩의 내용이 서민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박찬호는 최고의 야구선수이고, 그만큼 풍요로운 삶을 산다. 그런데 그가 뭐하고 사냐는 아내의 말이나 비만에 걱정이 되어서 인생 설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좀 더 현실적인 이미지의 모델을 쓰거나 광고 내용을 다르게 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광판에 보통 사람의 인생이 나오면서 재무 설계와 관련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너무 짧다. 조금 더 길게 했으면 이 광고가 무엇을 광고하는 지 더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다음 대한생명 콕콕 라이프의 광고는, 박찬호의 기존 이미지를 잘 살리고 좀 더 내용전달이 잘 될 수 있는 광고이기를 기대해 본다.